본문 바로가기

CANADA 🇨🇦

Truth & Reconciliation Day

(까페에 썼던 글이라 존대말)

지난 금요일에 오렌지 셔츠를 입고 오라고 해서 뭐 그런 일이 있나보다... 했어요.

다만 엄청 적극적으로 오렌지 셔츠 아니면 안된다! 이런 느낌은 아니어서 저희는 그냥 K-중딩의 상징 블랙을 입고 갔었더랬죠.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오렌지색 옷을 입고 온 사람은 선생님들 밖에 없었고, 선생님들도 몇 분은 그냥 다른 색 옷을 입고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뭐 별로 안중요한 행사였나보다... 하고 지나가려던 참이었었죠.

 

주말에 유튜브를 보는데 CBC에서 관련 뉴스를 우연히 봤어요. 마치 국군의 날에 뉴스에서 국군의 날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그런 느낌이었죠. 뉴스를 당연히 못 알아듣기도 하고 원주민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은 날인가보다...생각했어요. 한국에서 50년 살았던 나도 국군의 날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 못하는 것처럼 오렌지셔츠데이에 대해서 내가 뭐 이해까지 해야 되겠어...? 라고 하는 순간 모르는 단어들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residential school, survivor, every child matters.... 애들? 생존? 그럼 누가 죽었다는건가...? 라고 생각하며 뉴스를 다시 보고 인터넷을 좀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다시 보니 residential school 이라는건 원주민들을 모아서 영국식 사상과 교육을 시켰던 기관이고 캐나다 곳곳에 세워졌는데 이 곳에서 아이들에 대한 학대가 많이 이루어져 총 6천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죽었고, 성적 학대를 포함한 신체적 학대가 자행되었다고 해요. 죽은 아이들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아직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이런 과거에 대하여 2008년 하퍼 총리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7년 동안 위원회 활동을 통해 여러 보고서를 발행했고, 2021년부터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https://www.rcaanc-cirnac.gc.ca/eng/1100100015644/1571589171655

이 사과문에서는 죄송하다는 말을 영어를 포함한 원주민 언어로 표현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과문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인상적이었어요.

 

뉴스를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니, 캐나다 정부는 쉽게 말하면 가해자 입장인건데, 가해자 입장에서 기념일을 지정해서 이렇게 행사를 진행하는게 이럴 수 있나...? 라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었어요. 생각해 보니 우리는 늘 과거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반대쪽 입장이 할 수 있는 입장과 행동을 보니 다소 생경했던 것 같아요.

 

또 every child matters라는 문구도 인상 깊었습니다. 과거의 반성에만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었는데 every child matters라는 범우주적인 슬로건을 통해 이 날의 의미를 더 진정성 있고 누구라도 공감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필 오렌지냐... 찾아보니

Phyllis Jack Webstad라는 분이 예전에 residential school 첫날에 할머니가 선물해 준 오렌지색 옷을 입고 갔는데 바로 그 옷을 뺏겨버렸다고 합니다. 교복을 입기 위해서였겠죠. 그래서 이 분에게 오렌지는 그때 아픈 기억이 떠올려지는 색이라고 해요. 그래서 오렌지색이 원주민들의 아픔을 상징하는 색이 된 것 같습니다.

 

https://techlifetoday.nait.ca/articles/2020/why-we-wear-orange-on-orange-shirt-day-nait

 
 

아무튼, 아픈 과거에 대해 사과하고 함께 아파하는 모습에 또 하나 배웠네요.

내년에는 오렌지 셔츠 하나씩 입혀 보낼까 싶었는데... 애들이 절대 안입겠죠? ^^

 

'CANADA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나다 세컨더리 생활의 좋은 점  (0) 2024.01.24
김밥  (0) 2024.01.02
[캐나다 학교] Day, Block  (0) 2023.10.03
[캐나다 학교] Linear 학제  (0) 2023.10.03
K-중딩 캐나다 고등학교 적응  (0) 202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