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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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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잘 할거야 곧 4월 초에 뉴욕에서 열리는 어떤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게 되어 있는데... 준비도 안하고 있고 너무 부담스러운거다.. 아들과 나눈 말 '나 잘 할 수 있을까?' '뭐 발표?' '응' '못하겠지...상대적으로는 못할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다른 사람보다 못한다는 뜻이야?' '응, 엄마는 영어로 발표한 경험도 없고 거기는 워낙 보스턴 컨설팅 그룹 같은데서 몇십년씩 경력이 있는 사람들도 와서 발표하고 그러는데니까 엄마는 상대적으로 못하게 보이겠지' '그래도 엄마 자신만 보면 잘하는거야' '그래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아들딸 엄마 잘 키워줘서 고맙다 안그래도 심적으로 힘든 캐나다 생활... 3일 전에는 1.8L 유리 저그를 와장창 깼고 2일 전에는 텀블러에 가득 차 있던 물을 바닥에 다 쏟았고 1일 전에는 커피 드리퍼를 또 와장창 깨뜨렸다 순간 눈물이 바로 나올 것처럼 답답하고 짜증이 확 치솟아 올랐는데 내가 지르는 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아들 딸이 너무나 이쁜 말을... 내가 아우 나는 맨날 하는 일이 왜이러냐... 뭔 일이 생기려고 그러냐... 그랬더니 안 그럴 수도 있지, 반대일 수도 있어,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어 엄마 엄마, 나도 컵 깬 적 있어. 우연히 연달아 일이 일어난 것 뿐이야 아이고 이뻐 고맙다 이쁜이들아 엄마를 성장시키는 우리 아들딸 엄마 잘 키워줘서 고마워
아빠한테 문자하는 법 잘 알려줄걸... 유튜브에 나온 영상을 우연히 보나가 얼마나 울컥한지... 주인공이신 어머님은 외대 앞에서 장사를 하셨다고 한다. 어떤 학생이 자기는 외무고시에 합격해서 제주도에서 해녀이신 어머니 공부를 가르쳐 드리고 싶다고 해서 어머님은 본인도 자기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 그 학생분이 자제분이 안계시냐고 했는데 다들 출가했다고, 그래서 그 학생분이 ㄱ,ㄴ... 글자를 다 써주면서 이 안에 어머님 이름이 있다고 했다고 한다. 결국 그 학생분한테 이름 읽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내 아빠가 살아계실 때 암에 걸리기 전까지 몇 년 동안 분당에서 일산까지 출퇴근을 하셨었다.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는 법을 잘 모르셨는데 나도 동생도 잘 안 가르쳐 드렸었나 보다. 못돼쳐먹었던 나... 그런데 어느날 아빠한테 문자..
돌아가시면 후회하게 될꺼야 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내가 아빠게게 좋은 딸이었나...생각해 보면 맞다고 하기 어렵다. 그런데 아빠가 그런 내게 서운했을까...생각해 보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아빠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딸이었다. 내가 아무리 아빠에게 못해도 아빠가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리라는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안다. 후회가 되는건 아빠가 살아계실 때 그 사랑을 아빠가 그렇게 사랑을 주고 계시다는걸 내가 알지 못했고, 아빠의 사랑을 알아드리지 못했다는 것 뿐이다. 여러 스타일의 parenting이 있지만 우리 아빠는 그런 분이셨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마음이 힘든 날 너무 그리운 우리 아빠 그 때 아빠의 사랑을 하염 없이 주셨을 때 못 알아채서 미안해요
살고 싶다는 의지 아빠가 췌장암 4기를 발견하고 일본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이야기이다. 3살 쌍둥이가 있었던 나였지만 나는 크게 삶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누구에게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 오늘 당장 죽어도 큰 임팩트가 없다고 생각해 왔던 나에게 아빠의 모습은 너무 생경했다. 야윈 모습으로 침대에서 '나 죽기 싫어...너희를 두고 어떻게 가....' 하며 우는 모습에 나는 속으로 우리 다 결혼했고 직업도 있고 자식도 낳아 잘 살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될까...뭐에 미련이 있는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었다. 미친년. 썩어 문드러질 년. 갑자기 생각났다. 아 그게 사랑이구나. 사랑해서 못 떠나는 것이었구나... 아이들과 함께 한지 14년이 넘으니 이제 좀 알겠다. 이렇게 사랑을 키워 나가는..